Outside in
위치 :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195.00㎡
건축면적 : 79.80㎡
연면적 : 142.99㎡
규모 : 지상 2층
높이 : 8.86m
건폐율 : 40.92%
용적률 : 73.33%
시공 : 공간연구소 집
협력 : 스틸라이트, 진구조(구조), 코담기술단(기계),
성지이엔씨(전기/통신), UncleJo(가구)
준공년도 : 2024년
사진 : 장원준
관리할 수 있는 만큼, 내가 필요한 만큼의 공간
대지는 건축주가 유년 시절부터 결혼 후 가정을 꾸리며 생활해 온 삼십여 년 동안 많은 추억을 함께해 온 옛 집터였다. 좋은 기억은 마음에 간직하고,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 위해 4인 가족을 위한 도심 단독주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땅은 도심에서 보기 드문 이른바 뒷산, 근린공원의 초입에 위치하여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놓여 있다. 대지의 용적률은 250%로 주변에는 다가구 또는 다세대 주택, 전면에는 5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올 정도로 지금 건물의 3배의 규모로 신축이 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건축주는 정해진 예산안에서 4인 가족의 생활만을 위한 집을 원했고 단독주택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경험으로 규모 대비 집을 관리할 때 들어가는 수고와 단독주택이라는 주거의 형태에서 가족 구성원에게 필요한 공간도 정확히 인지하고 계셨다. 결국 40%의 건폐율과 80%의 용적률로 필요한 만큼의 집을 짓게 되었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_기억의 장소
대지는 남북으로 가늘고 긴 형상으로 옛집의 남쪽은 작은 마당에 면해있고 북쪽은 넓은 뒷마당과 면해있었다. 건축주가 살았던 집의 이야기는 배치계획의 기준이 되었다.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갖가지 나무와 꽃이 심겨 있던 남쪽 마당, 그런 마당을 통해 볕이 잘 들었던 거실, 1층을 세놓아 사용할 수 없었던 뒷마당 대신 2층의 작은 주방과 연결된 외부공간에서 가족, 지인들과 고기를 구워 먹던 이야기 등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공간의 경험을 새로운 집에서도 지켜 드리고 싶었다.
북측의 뒷마당을 다시 찾아 거실-주방과 연계함으로써 옛집의 외부공간에 대한 건축주의 기억을 이어주려고 했다. 인접한 초등학교와의 경계에 높게 쌓인 옹벽과 수목으로 둘러싸인 뒷마당은 도심에서 가지기 힘든 온전히 개인적인 외부공간이 된다. 주방에서 내린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마당으로 나가 심어 놓은 식물들의 생장을 관찰하고, 가족 식사 시간에 사계절의 변화를 보고 느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리며 공간을 배치했다.
outside in_외부 중정과 같은 내부계단
동남아성 기후를 방불케 하는 습하고 더운 여름, 영하 10도를 쉽게 내려가는 겨울, 그나마 날씨를 즐길 수 있는 봄, 가을마저도 황사와 태풍으로 인해 외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날이 1년 중 손에 꼽는다. 하지만 단독주택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대지에 발을 붙이고 자연과 늘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에 우리는 역으로 바깥 환경을 실내로 끌어들여 외부 같은 내부 공간을 만들기로 하였다.
두 동처럼 분리된 매스의 중심에 외부 중정 같은 내부 계단을 계획했다. 커튼월을 통해 남향과 동향으로 열려있는 내부 계단은 단지 층과 층을 연결해 주는 곳이 아니다. 계단의 보이드는 채광통로가 되어 북측의 공용공간에서도 외부 환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내부까지 시각적, 물리적으로 연결된 외부 재료(벽돌)는 물성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거실과 취미실에 앉아 내부 창을 통해 보았을 때 외부공간에 있는 듯한 경험의 차이를 만들고 벽돌 벽면에 투영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해와 달의 그림자 또한 실내에서도 외부 중정을 거니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중심 공간을 사이에 둔 두 개의 기본 매스, 기능의 분리
분리된 두 매스는 기능을 나누어 가진다. 3mX3m 모듈의 기본 매스로 구성된 두 영역을 잇는 중심 공간에 외부로 열려있는 내부 계단이 위치하며 이를 기준으로 북측에 면한 매스에는 거실, 다이닝룸, 취미실 등 가족들이 쉬고 모이는 공간이 배치되어 뒷마당 및 내부 계단과 관계를 맺는다. 취미실은 2층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시각적으로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의 ‘따로 또 같이’ 휴식이 가능하다.
남측의 작은 마당과 면한 매스는 사적 공간의 집합으로 최소면적과 합리적인 동선으로 구성했다. 1,2층으로 자녀 공간과 부부 공간인 마스터룸을 분리하고 침실, 건식 세면대, 욕실, 화장실, 드레스룸, 파우더룸을 건축주에게 맞는 필요 면적과 최소한의 동선으로 제안하고 나머지는 수납공간에 집중했다.
OUTRO
준공 후 집들이와 오픈하우스 등 몇몇 일정으로 인해 건축주와 좋은 기운을 나누며 만나고 있다. 집 짓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내부 계단에서 하늘에 뜬 달을 보며 집안까지 달을 선물해 주셨다고 말씀 해주시는 건축주를 보며 서로 공을 들여 이야기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만큼 집에 대한 애정도 쌓이고, 그런 애정이 있어야 진정한 ‘내 집’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년시절부터 함께한 옛 집터에서 다시 태어난 이 집이 앞으로도 가족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고, 작은 정원을 소중히 여기며 가꾸고, 집 안팎을 드나들며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새롭지만 오랜 추억이 배어 있는 편안한 집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