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재
위치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청계리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375.00㎡
건축면적 : 75.00㎡
연면적 : 140.76㎡
규모 : 지상 2층
높이 : 9.97m
건폐율 : 20.00%
용적률 : 37.54%
시공 : 공간연구소 집
협력 : 스틸라이트, 진구조(구조), 코담기술단(기계),
성지이엔씨(전기/통신), 토토(토목), UncleJo(가구)
준공년도 : 2023년
사진 : 이한울

서울 직장에서 KTX로 1시간. 양평역에서 다시 차로 15분쯤을 더 들어간다. 그렇게 도착한 동네, 양평 청계리. 초록 능선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풍경 속에 ‘이레제’라는 집이 놓여 있다. 이레제는 젊은 신혼부부의 집이다. 서울에서 원하는 주거를 구하기 쉽지 않겠다 라고 판단한 신혼부부는 신혼집을 짓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시작인 단 하나뿐인 집을.
이 집은 건축주 삶의 속도에 맞춰진 집이다. 재택이 일정 부분 가능한 직업적 특성을 반영하여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와의 적절한 거리 두기, 그리고 충분히 서울과 연결되는 접근성을 함께 확보했다. 서울의 인프라와 자연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입지의 선택은 단순한 조건의 조합을 넘어, 집이 삶을 어떻게 지탱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자, 주거 선택의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자연과 함께 하기 위한 개방감
이 집은 현관문을 열면 아일랜드 주방이 맞이하고, 시선은 식탁과 거실을 지나 곧장 마당으로 향한다. 3.2m 높이의 층고와 거실을 중심으로 마당과 정원을 향해 양쪽으로 계획된 최대 크기의 창호는 집 전체의 내외부를 하나의 ‘시선 흐름’으로 만든다.
“사생활보다 자연을 더 누리고 싶었어요.”
건축주의 생각이었다. 빛과 풍경, 계절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집을 원했다. 그래서 거실과 마당 사이엔 최대한 시각적인 경계가 없도록 계획하였다. 햇살이 정원을 지나 거실로 들어오고, 바람은 커튼을 따라 집을 유영한다. 아침에 빛이 드는 방향, 창문 밖 산 능선의 곡선, 비 오는 날 거실에 앉아 바라보는 정원의 운치. 모든 요소가 자연과 관계하며 공간을 구성한다.




조경이 최소화된 정원, 풍경을 만드는 방식
정원은 소박하다. 잔디를 깔지도 않았고, 화단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 대신 거실에서 앉아 정원을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중요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창밖 풍경이 절처럼 고요해지고, 맑은 날엔 창을 열고 바람을 들이는 일상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조경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부 공간에서 시선의 방향과 머무는 행위 자체가 조경이 되는 방식이며, 느리게 호흡하는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공간 구성: 수평적 흐름, 수직적 분리
이레제는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는 일상의 활동 공간이, 2층에는 휴식과 회복을 위한 사적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1층은 현관, 주방 다이닝 공간, 거실이 오픈 플랜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1층의 모든 공간은 수평적 동선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러지도록 계획되어 졌으며, 시각적으로 20%의 건페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후면에 숨어 있는 2층을 가기 위한 계단을 올라가면 마감재가 바뀐다. 계단에서 재료의 전환은 기능의 전환을 암시하고, 이런 계획은 단순한 미적 변주가 아니라 공간의 목적과 감정의 리듬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공적 공간에서 사적 공간으로 공간의 사용 방식과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안내해준다. 2층에는 안방과 욕실, 중정이 있다. 침실은 작지만 외부를 향한 창이 있고, 중정을 통해 빛과 풍경이 내부로 들어온다. 개인적인 휴식에 집중한 공간 구성이다.








중정의 빛: 닫힌 공간 속 열린 시선
2층의 북측에 위치한 침실 남측면에는 작은 중정이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극히 사적인 침실 공간에 외부의 조용한 정서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필터 역할을 하며 내부와 외부 사이의 전이 공간으로 작동한다. 외부와 직접 연결되기 어려운 북향의 침실에 빛, 환기, 조망이라는 기능을 넘어 자연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계획된 이 중정은 하늘과 바람을 수직으로 받아들이는 구조적 장치이기도 하다. 외부와의 관계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대신, 내부에서 하늘을 향해 열리는 공간. 제한된 면적 안에서도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집: 살기위한 의지가 형태를 갖춘 것
이레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니다. 이 집은 두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을 왜 짓는가에 대한 질문에 생활을 중심으로 대답한 사례다. 화려하지 않지만 명확하고, 익숙하면서도 새롭고자 했다. 집이란 결국, 누군가의 ‘살기 위한 의지’가 형태를 갖춘 것이라 생각한다. 신혼집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살기 위해 시작됐지만, 그보다 더 길고 넓은 가능성을 계획했다. 이 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만든 아주 개인적인 구조물이다. 설계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지금 이 집에서 두 사람이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기를, 그 안에서 일상이라는 시간과 감정이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